“제조업체는 업무의 80%를 고객 소통에 써요” 제조와 제작을 분리해야 하는 이유
안녕하세요, 브랜드부스트입니다.
오늘은 김효재 대표가 제조업체 파트너분들과 일하며 발견한 본질적인 문제와, 그 과정에서 브랜드부스트가 어떤 전략적 선택을 하게 됐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해요.
화요일 밤 10시 반, 찾아오신 봉제업체 대표님의 고민에서 시작된 깨달음. 제조와 제작은 분명 다른데, 제조업체들은 왜 두 가지를 모두 떠안고 있을까요?
좋은 서비스를 만들었다는 확신이 있었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그 과정에서 내린 전략적 결정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김효재 대표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안녕하세요 김효재입니다. 브랜드부스트를 운영하면서 계속 고민했던 게 하나 있습니다. '왜 요즘 제조업체들이 더 힘들어할까? 왜 제조업체분들과 일할 때마다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상황이 생길까?'
어떤 봉제업체 대표님은 화요일 밤 10시 반에 우리 회사까지 오셔서 털어놓으시더라고요.
“제작 문의가 들어오면 고객과 소통하는 시간 때문에, 정작 봉제 기술 개발에 집중을 못하겠다”
이 말씀이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습니다. 그리고 최근에야 그 답을 찾았어요. 제가 생각하는 '제조'와 '제작'의 차이가 정리됐거든요.
제조와 제작, 무엇이 다를까?
제조는 정확한 규율이 다 정해진 상태에서 양산하는 과정입니다. 반면 제작은 기획부터 디자인, 개발까지 거쳐서 하나를 만들어내는 창작 과정이에요.
그런데 문제는, 우리나라 제조업체들이 대량생산 물량을 해외에 뺏기면서 살아남기 위해 제작까지 다 떠맡게 된 거예요. 제조업체들이 업무의 80%를 고객 소통과 제작 과정에 쓰고 있었던 겁니다.
본업인 '제조'에는 겨우 20%만 쓰고 있었던 거죠.
'우리가 그 제작 과정을 다 맡아야겠구나' 싶었습니다.
브랜드부스트가 '제작'을 맡으면, 제조업체들은 본연의 '제조'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거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고객들의 문의를 받아 고민을 해결하는 선택지를 제공하고, 최적의 옵션들을 제안드리는 UX를 만들어냈습니다.
이 부분에서는 정말 확실한 PMF를 찾았다고 생각했고, 한동안 자신감이 넘쳤습니다.
실제로 성과도 있었어요. 한 의류 제조업체는 저희와 일하면서 자수기를 6대나 새로 들여놓으셨고, DTF(Direct to Film, 필름 전사 프린팅) 장비도 3배로 늘리셨어요. 다른 봉제업체는 매출 걱정 없이 기술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씀하셨죠.
좋은 UX와 좋은 비즈니스 구조는 다르다
앞단에서 아무리 좋은 경험을 줘도, 뒤에서는 처리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제조업체로 파일을 보내면 "스트로크가 너무 얇다", "이 파일은 인쇄가 안 된다"며 돌아왔어요. 파일을 수정해서 다시 보내면 또 "이것도 안 된다"고 하셨죠. 이런 식으로 소통이 길어지다 보니, 제조업체분들도 정작 제조에 집중하기 어려워하시더라고요.
혁신적인 게임을 개발해놨는데, 컴퓨터 사양이 안 돼서 제대로 실행조차 안 되는 격이었습니다. 앞에서 아무리 좋은 UX를 제공해도 뒤에서 처리가 안 되니 과부하가 오고, 검수와 퀄리티에 문제가 생기기도 했어요.
원래 목표였던 '제조업체가 제조에 집중할 수 있게 돕는다'는 것조차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있었던 겁니다.
전략의 전환: 확실한 것에 집중하기
그래서 전략을 바꾸기로 했어요.
의류, 패키징, 봉제, 프린팅, 랜야드, 지류 같은 분야에서 우리가 정말 자신 있게 품질과 납기를 보장할 수 있는 영역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신뢰할 수 있는 공장 파트너들에게 맞는 파일 발주 시스템을 만들고, 이상적으로 제조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거죠.
매 순간 모든 걸 다 하려고 하기보다는, 지금 우리가 확실히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치를 인정받는 서비스로
AWS가 좋은 예시일까요? 서버 사용량에 따라 높은 비용을 받지만, 대신 "우리 서버 쓰면 절대 안 터질 거고, 너희 데이터 완벽하게 보호해줄 수 있어"라고 자신 있게 말하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은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죠.
저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자신있는 분야에서 검수, 품질, 납기를 완벽하게 보장한다면, 고객들도 그 가치를 인정하고 합당한 비용을 지불할 거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 영역에서 높은 가치를 제공할수록, 더 많은 제조업체들이 본연의 '제조'에 집중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저는 브랜드가 '제작'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제조업체가 '제조'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것, 이것이 그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