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가 자유롭게 제작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듭니다” 브랜드부스트 김효재 대표 인터뷰
브랜드의 아이디어가 실제 제품으로 이어지는 제작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공장과의 소통, 품질 관리, 단가 협상까지. 해보기 전까진 알 수 없었던 수많은 단계가 자리 잡고 있죠.
브랜드부스트는 이 과정을 기술과 기획으로 정리해, 원하는 제품을 자유롭게 제작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있습니다.
을지로 골목 안 공장에서 시작한 ‘창업 계기’부터, IT 스타트업으로서 주문제작 시장을 혁신하는 ‘기술력’, 그리고 브랜드의 성장을 돕기 위한 ‘철학’까지.
브랜드가 자유롭게 제작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브랜드부스트 김효재 대표님의 이야기, 지금 바로 확인해 보세요.
Q. 브랜드부스트를 창업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사실 처음엔 ‘반려동물 굿즈를 만드는 AI 서비스’를 운영했어요. 함께 지내던 강아지가 나이가 들면서 부모님께 의미 있는 선물을 해드리고 싶었거든요. 강아지를 캐릭터로 만들어 프린팅한 티셔츠를 드렸더니,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이걸 비즈니스로 확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한강에서 산책하는 반려인들에게 무작정 다가가 여쭤봤어요. 이런 제품에 관심이 있는지 여쭈어보니 다들 사고 싶다고 하셨죠. 곧장 티셔츠, 그립톡, 케이스 등으로 이어지는 ‘주문제작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제작에 들어가니, 생산 퀄리티도 들쭉날쭉하고 납기일자나 단가도 합리적이지 않았어요. 제작 과정에 생각지 못한 제한이 많았죠.
왜 이런 구조가 반복되는지 궁금했어요. 그래서 을지로와 인천 골목 등에 자리한 공장 100군데 가까이 직접 돌아다녔죠.
사장님들 얘기를 들어보니, 문제는 ‘커뮤니케이션’에 있었어요. 대부분 아날로그 방식으로 운영되어 스케줄 관리나 커뮤니케이션이 복잡했고, 그만큼 실수로 이어지기 쉬웠죠.
예를 들어 이메일로 받은 문의를 며칠 후에야 확인하거나, 전화로 받은 주문을 포스트잇에 적어뒀는데 선풍기에 날아가 주문이 누락되는 식이었어요.
동시에 급한 일정으로 들어오는 주문도 많았어요. 스케줄 관리는 안 되고, 주문은 급하게 들어오니, 정작 ‘생산’에는 집중할 수 없었던 거예요. 악순환이 생기는 거죠.
이때 ‘브랜드부스트’라는 서비스를 처음 구상하게 됐습니다. 공장이 생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구조를 설계하면, 브랜드는 더 자유롭게 제작에 몰입할 수 있을 거라는 가설을 세웠죠.
그래서 저는 기존의 악순환을 끊고,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브랜드와의 커뮤니케이션과 기획은 저희가 전담하고, 공장에는 생산 직전 단계의 완성된 파일만 전달했어요.
반복적인 주문을 약속드리며 효율적인 협업 환경을 만들자, 공장에서는 더 합리적인 단가로 응답해 주셨고, 그 결과 브랜드는 빠르고 저렴하면서도 퀄리티 높은 제품을 받아볼 수 있게 되었어요.
이렇게 공장과 브랜드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구조를 완성하며, 브랜드부스트라는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었습니다.
Q. 브랜드부스트가 풀고 있는 문제에 대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집니다. 지금 주문제작 시장에서 정확히 어떤 문제를 풀고 있나요?
이 시장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문제들이 계속 발견돼요. 단순히 싸게 만들고 싶으면 중국에서, 퀄리티를 높이고 싶으면 돈을 많이 들이면 되죠. 그런데 저희의 목표는 브랜드의 상황에 맞춰 ‘단가, 퀄리티, 시간을 모두 고려한 주문제작'을 만드는 거거든요.
그러다 보니 생각보다 사람이 너무 많이 붙게 되더라고요. 브랜드 상황도 파악하고, 공장 스케줄도 조정하고, 단가도 비교하고, 생산에 들어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상황을 체크해야 했어요.
그래서 저희는 제작 과정을 3단계로 구분했어요.
반복적인 업무는 ‘자동화(RPA)’
기본적인 판단은 ‘AI’
디테일한 결정은 ‘휴먼 터칭’
이렇게요. 이걸 내부적으로는 ‘에이전트’라고 부르고 있어요. 각 단계에서 전문성을 띤 주체가 일을 맡는 거죠.
뿐만 아니라 ‘공장의 네트워크화’도 병행하고 있어요. 제작은 하나의 공정으로 끝나지 않거든요. 자수, 염색, 재단 등 각각의 공정마다 특화된 공장이 따로 있고, 그 과정이 하청 구조로 이어져 있어요.
그런데 이 하청 구조는 보통 수직적으로 연결돼 있어요. 이에 따라 마진이 반복적으로 붙고, 말로서 내용을 전달하다 보니 실수가 자주 생기는 거였죠.
그래서 저희는 1차 공장들을 수평적으로 연결하고, 소통은 아날로그가 아닌 디지털 환경으로 옮겼어요. 공장이 작업 직전에 다시 한번 정보를 확인하고, 생산 전후 데이터를 저희가 실시간으로 공유받으면서 오류를 줄일 수 있는 구조로 바꾼 거죠.
예를 들어 박스를 제작한다고 해볼게요. 기존엔 프로모션 회사에 맡기고, 크기부터 디자인까지 전부 직접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고, 샘플 수정도 2~3번이 한계였어요. 그 이상 요청하면 하청 구조 전체에 무리가 가기 때문이죠.
반면 저희는 샘플 기록을 모두 남기고, 공장이 그 내용을 작업 직전까지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그만큼 실수도 줄었고, 일정 조율도 유연해졌죠.
브랜드부스트가 해결하려는 문제는 결국, 이 시장의 ‘복잡한 커뮤니케이션 구조’예요. 그걸 디지털로 효율화한 덕분에 공장은 더 편히 작업할 수 있고, 브랜드는 자기가 원하는 방식대로 제작에 참여할 수 있게 되는 거죠.
Q. 주문제작이라는 분야가 브랜드의 비즈니스에 어떤 임팩트를 만들 수 있다고 보시나요?
저는 기본적으로 브랜드들이 이미 주문제작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단어가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판촉물, 사내 굿즈, 고객 증정용 제품, 팝업 스토어 물품, 인쇄물까지 모두 결국엔 주문제작이거든요.
그런데 이런 제작을 더 쉽게, 더 자유롭게 할 수 있다면 브랜드 입장에서는 훨씬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다고 봤어요. 마케팅이나 HR 담당자뿐 아니라, 모든 실무자가 ‘이런 거 한번 해볼까?’ 생각만 해도 바로 실행해주는 에이전트가 있다면 말이죠.
실제로 저희 고객사 중 하나인 뷰티 브랜드 ‘멜릭서’는 패키징 단가 문제로 처음 협업을 시작했어요. 하지만 이후엔 인플루언서 키트, VIP 선물, 사내 이벤트 굿즈까지 영역을 빠르게 확장했죠.
이렇게 아이디어가 곧바로 제작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면, 브랜드가 시도할 수 있는 판 자체가 더 커진다고 생각해요.
브랜드부스트라는 이름도 그런 철학에서 나왔어요. 브랜드의 아이디어가 실현되도록 돕고, 그것이 결국 브랜드를 성장시키는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죠.
이건 동시에 저희의 차별점이기도 해요. ‘누구도 할 수 없던 일을 가능하게 만드는 일’이니까요. 이게 가능한 이유는 두 가지예요.
첫 번째는 자동화 기술과 스마트한 운영 시스템이에요. 이 기반 덕분에 기존 커뮤니케이션에서 발생하던 비효율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죠.
그래서 저희는 단순한 주문제작 파트너를 넘어, IT 스타트업의 정체성을 함께 갖고 있어요. 기술력을 인정받아 CES 2024에 참가했고, CES 2026에도 참가를 앞두고 있죠.
두 번째는, 기술 중심의 시스템 위에서도 ‘휴먼 터치’를 놓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자동화를 통해 확보한 시간과 에너지는 결국 브랜드가 더 좋은 아이디어를 내고, 저희가 그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죠.
Q. 방금 말씀하신 내용이 브랜드부스트가 지켜온 하나의 ‘철학’처럼 느껴지는데요. 팀이 일할 때 늘 기준으로 삼아온 원칙이나 가치가 있을까요?
팀에서 절대 하지 말자고 정한 게 하나 있어요. “해보기 전부터 안 될 것 같아서, 고객사의 요청을 거절하는 일”이에요. 저희는 단순히 제품을 빠르게 많이 팔아서 매출을 올리려는 회사가 아니라, 브랜드의 주문제작을 돕는 회사니까요.
브랜드가 요청한 내용이 있다면, 어떻게든 도울 방법을 끝까지 고민합니다. 그게 저희가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지켜온 태도이자 철학이에요.
시행착오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고객사들이 계속 저희를 찾는 이유는 결국 그 ‘태도’에 있다고 생각해요. “브랜드부스트는 어떻게든 해결해 줄 거야”, “대안을 같이 찾아줄 거야”라는 믿음을 갖고 계신 거죠.
기술적인 관점에서도, 단순히 자동화를 해서 업무 효율만 올리겠다는 게 목표가 아니에요. 자동화로 확보한 리소스를 더 높은 수준의 문제 해결에 쏟아붓는 것이 저희의 방향성이고, 밤을 새우면서도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입니다.
Q. 브랜드부스트가 고객사와 공장 파트너에게 각각 어떤 존재로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앞으로 팀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함께 말씀해 주세요.
고객사에는 ‘말만 하면 다 해결해 주는 파트너’처럼 느껴졌으면 해요. 마치 사내에 있는 전문 제작팀처럼 말이죠. 외주 업체라기보다 우리 팀에 합류한 사람 같은 신뢰와 몰입감을 주고 싶어요.
공장 파트너에게는, 공장을 지속하고 성장시키는 데 꼭 필요한 ‘도구 같은 존재’로 남고 싶어요. 마치 목수에게 망치와 못이 필요한 것처럼요. 공장의 제작 역량 자체를 높이며, 언젠가는 세대교체를 포함해 제조 현장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문제까지 해결하고 싶어요.
이 모든 과정에서 저희가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브랜드가 저희를 통해 진짜 원했던 결과를 달성했을 때예요. 남들은 불가능하다고 한 요청을 저희가 성공시키거나, 담당자분께서 처음 맡은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을 때처럼요.
이렇게 크고 작은 ‘부스트’들이 하나둘 쌓이면서, 브랜드는 더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어요. 그리고 그 시도는 또 하나의 사업 기회로까지 이어지죠. 브랜드의 성장을 함께 만들어가는 파트너로서, 앞으로도 의미 있는 역할을 꾸준히 해나가고 싶습니다.